세미프로 신분으로 기량을 갈고닦은 지 7년. 31세의 나이로 프로 입성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부천FC1995 수비수 전인규다. 부천은 지난 15일 프로 경험이 없는 31세 센터백 전인규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20대 초중반에 프로선수가 된 후 현실의 벽에 막혀 K3·K4 리그(세미프로) 뛴 후 다시금 프로에 도전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인규처럼 30대가 넘어서도 꿈을 키우는 이는 매우 드물다. 최근 K리그2 부천에 입단하면서 생애 첫 ‘프로’ 타이틀을 단 전인규는 본지를 통해 “부천에서 연락을 받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프로팀에 갈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계약할 당시에는 설레고 긴장도 됐는데, 기분은 너무 좋았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2016년 남부대학교를 졸업한 전인규는 그해 내셔널리그(K3리그 전신)의 목포시청축구단에 입단했다. 이후 부산교통공사축구단, FC목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매 시즌 가는 팀마다 주전으로 활약한 그는 2022시즌 춘천시민축구단에 합류해 팀의 K3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당진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하며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전인규는 K3·K4 리그에서는 돋보이는 수비수였지만, 프로 무대와는 연이 없었다. 분명 차가운 현실을 고려하면 축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만했지만, 전인규는 오로지 프로 데뷔라는 꿈을 보고 달렸다.그는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속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다. 내가 있는 곳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내 역할을 잘하다 보면 그걸 알아봐 주시고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해왔던 것 같다”며 “축구에 대한 내 마음은 변함이 없었기에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선수로서 팀에 소속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며 지난날을 되세겼다.지금껏 자신을 지지해 준 가족, 여자 친구에게 감사를 표한 전인규는 전 소속팀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있었던 당진시민축구단 감독님, 코치님, 플레잉 코치님이 (부천에 입단하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구단에서) 23년 활약한 하이라이트 영상도 만들어 주고 부천FC에 영상도 보내주시고 나를 추천해 주셨는데, 부천에서 좋게 평가해 주셨다”고 이적 배경을 전했다.이미 전인규의 기량을 아는 팬들은 그의 프로 입성에 기대를 표하고 있다. 구단과 팬의 믿음에 부응하는 게 그의 목표다. 전인규는 “부천FC가 K리그1으로 승격하는 데 일조하는 팀원이 되고 싶다. 개인 목표는 경기에 최대한 많이 출전해서 K리그2 베스트11 수상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나는 주어진 역할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이며 항상 배우려고 하고 발전하려고 하는 선수”라며 “경기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팀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헌신하고 보탬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선수다. 나는 수비력, 스피드, 빌드업이 장점”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김희웅 기자